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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산 넘어 매실 숲이 있다...

기사입력 2022-1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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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조조(曹操)가 군대를 이끌고 남쪽 원정에 나서 행군을 하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 병사들은 지쳐갔다. 게다가 마실 물은 떨어진지 오래고 모두가 심한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겨우 얼마를 행군했지만 물 없이는 금방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할 상황이 되자 조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조금만 참아라. 저기 산 너머에 매실 숲이 있다.” 병사들은 신 매실을 생각하다가 입안에 침이 돌면서 곧 갈증을 잊었다. 금방 기운을 되찾은 병사들은 무더위를 잊고 행군을 계속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망매해갈(望梅解渴)이다. 매실은 신맛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망매해갈은 이처럼 매실을 생각하면서 갈증을 해소한다는 말이다요즘 물가는 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한겨울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고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를 추진한다는 정책기조를 피력해왔지만 전국적으로 아파트는 급매가 아니면 팔리지도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까지 겹쳐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벌써 몇몇 건설업체는 계열사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는 일까지 생겨났다.

오죽하면 퇴직 경제관료 모임에서도 이같은 우려를 드러냈겠는가 싶다.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재경회 회장)현재는 경제, 안보, 에너지, 보건, 인구 등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중층적·복합적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예우회 회장)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화, 성장 동력의 저하,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여러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다고 걱정했다.

물론 위기를 극복해내는 유전자를 끄집어내어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지만 총체적 위기상황임을 진단한 것은 명확하다. 요즘 같으면 세상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아닌가. 국민들은 조조의 군대처럼 심한 갈증에 지치고 목마른 상태다. 이럴 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다저 산 너머에 매실 숲이 있다고 한 조조의 말은 결국 속임수였다. “매실 숲이 있다는 조조의 말은 산을 넘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매실 숲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타나 병사들은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급상황에서 장수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서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지금 필요한 것이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의 망매해갈이다. 당장 해결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함께 힘써볼 만한 대책들은 내놔야 할 때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정부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고싶어 한다. 퇴직 경제관료 모임에서 나온 말처럼 위기를 국민적인 에너지로 모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매실 숲이 있다는 리더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망매해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국민들은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가면 매실 숲이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리더를 원한다.


 

 

정차모 기자 (jcm54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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