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8월 28일 오후 1시 예천군청에서 한국 근대 추상미술의 대부로 불리는 박서보 화백과 서보미술문화재단 박승조 이사장(박서보 화백 아들), 김학동 군수, 예천군미술협회 임휘삼 회장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거창한 행사를 가졌으나 박서보 화백은 어제(3월 14일) 제주 jw메리어트 호텔 박서보 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하여 "폐암3기인 내가 암 치료를 시작하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으나 제주도에 오니 그렇게 괴롭히던 기침도 멎었다"며 제주 예찬론을 펼치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으나 '예천 박서보 미술관 건립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예천군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특히 예천군이 3년여 동안 박서보 미술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2022년 8월 확정)를 받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결과가 박서보 미술관 건립 백지화로 결정난 것에 군민들은 허탈해 하면서도 "예천군의 주먹구구식 박서보 미술관 건립계획과 255억 원(도비 117억 원 포함)이라는 예산을 확보 하고도 결국 미술관 건립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안일하고 계획성 없는 군정 추진에 문제가 있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대한축구협회 훈련센터(FC)유치 실패에 이어 또 다시 박서보 미술관 건립이 무산된 것은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박서보 미술관을 당초 건립키로 계획했던 예천군을 떠나 제주도에 건립키로 한 것은 박서보 화백이 협약 초기부터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줌터에게 건축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여 예천군이 피터 줌터와 수차례 교감을 갖고 설계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향후 수년간의 설계 스케줄로 인해 박서보 미술관의 설계를 맡을 수 없다는 답변과 건축가 선정에 있어 현행 예산집행법상 공개입찰을 통해서만 건축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법적 조항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절차가 박서보 화백이 예천을 떠나 제주도에 미술관을 건립하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제주 서귀포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는 폴란드 CKK 조단키 콘서트 & 컨벤션홀(2015년)로 잘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설계를 맡았으며, 메니스는 "제주처럼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 섬 출신이라 콘크리트에 제주 현무암자재를 주재료로 박서보 화백의 정신을 품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미술관을 짓겠다"며 "프로젝트는 라자냐와 비슷하고 층층이 고기와 소스를 겹쳐서 만드는 라자냐처럼 JW메리어트, 제주도, 박서보 미술관 등 3개 레이어로 이루어지도록 만들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다는 건축가 매니스는 "미술관에 박서보 화백의 서울 집에서 받았던 영감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다"며 "지하 1층은 완벽한 화이트큐브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박서보 화백의 회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닫힌 공간으로 지하 2층은 자연광이 들어오고 여기에 비치는 그림자도 건축의 재료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예천에서 피터 줌터를 그렇게 고집하던 박서보 화백은 건축가 매니스에 대해서 "2021년 국제랠러리에서 개인전 할 때 만났는데 굉장히 세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피터줌터를 고집하던 당시와 이중성을 보였다.
은풍면 우곡리 출신인 박서보 화백이 고향인 예천에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예천군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그리고 통합신공항 이전과 함께 세계적 명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예천군의 의지가 합쳐져 추진되었던 박서보 미술관 건립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군민들은 "세계적인 작가로 추앙받는 그가 고향에 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추상미술의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가벼운 행동으로 예천군민은 물론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협약 당시 박서보 화백은 "예천군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리고, 그동안 객지생활을 하면서도 한시도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고 남은 여생 미술관 건립을 위해 예천군과 적극 협조하여 전 세계인들이 즐겨찾는 멋진 미술관을 만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며, 김학동 군수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은풍면 출신의 세계적 거장 박서보 화백과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이 만나면 스페인의 구겐하임미술관이나 일본의 나오시마섬처럼 전 세계 미술 애호가와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 관광객 등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했으나 허무하게 없었던 일로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