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장미꽃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5월, 다시 교실 문을 여는 당신에게 이 편지를 보냅니다. 요즘의 교단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말 한마디가 파장이 되고, 훈육은 해명이 되며, 열정은 소진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담임을 기피하고, 보직을 피하며, 떠나는 동료들의 뒷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간입니다.
“교사의 질은 교육의 질”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질을 지탱하는 토양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에는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성적표로 다 담기지 않는 성장,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변화, 그리고 어느 날 문득 한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5월의 바람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그 변화는 어떤 기술도, 어떤 제도도 온전히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더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아이 곁에서 방향을 묻고 삶을 비춰주는 존재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교사의 가치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다른 빛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부당한 민원과 폭력은 멈춰야 합니다. 학교는 더 안전해져야 하고, 관리자는 교사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존중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선생님,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일이 여전히 가치가 있는가, 이 자리가 계속 필요한가. 아마도 답은 거창한 데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자리를 완전히 비워둘 수 없는 것은 아이들은 결국 사람을 통해 배우기 때문입니다.
빠른 답보다 따듯한 시선을, 정확한 정보보다 오래 남는 기억을. 그래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건너는 사람이 됩니다. 저는, 당신이 이 자리를 쉽게 내려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흔들리는 날에도 교실을 비우지 않는 선택, 그 조용한 결심이 결국 교육을 지탱합니다. 아이들은 한 번의 진심, 한 번의 기다림, 한 번의 공정함을 생각보다 오래 기억합니다.
스승의 날이 더 이상 환한 축하만으로 채워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날을 이렇게 남겨두고 싶습니다. 다시 교실에 서기로 마음먹는 날, 서로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리는 그 날로 말입니다. 흔들리면서도, 끝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오늘도 교실에 남아 있는 당신에게 조용하지만 오래 남을 고마움을 보냅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이규호= 전/영천교육장]